Craft Tour 영국 - 2. Mike Abbott
Chair-Making Course with Mike Abbott
영국으로 다녀온 Craft Tour의 하이라이트는 Mike Abbott와 함께 했던 5일간의 의자 수업이다. Mike Abbott에 대해서 안다면 왜 하이라이트라고 하는지 바로 이해할텐데 아쉽게도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분이다. Mike는 영국에서 Pole Lathe를 비롯해서 전통적인 체어메이킹에 대해서 정리하고 교육하고 널리 알리는데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1985년부터 그린우드워킹을 하면서 동료 몇 명과 함께 Living Wood, Clissett Wood, Brookhouse Wood 등 숲 속과 야외에 작업실을 만들고 지금까지 약 3000명 가량의 사람들에게 그린우드워킹과 체어메이킹 수업을 꾸준히 해왔다.
1991년 영국의 대표적인 그린우드워킹 단체인 APT&GW(The Association of Pole Lathe Turners & Green Woodworkers)를 설립하는데 참여했으며, 영국의 많은 그린우드워킹 워크숍의 모델을 만들고 퍼트린 영향력 있는 사람이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Mike와 함께 의자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영국에 퍼지는 걸 보면서 그의 이름값을 체감하기도 했고, 나중에 Westonbirt Woodworks에서 만난 사람은 Mike에 대해서 체어메이커들의 할아버지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Mike Abbott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한번 읽어보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장 영향을 준 체어메이커라면 미국의 Curtis Buchanan, 영국의 Mike Abbott 두 사람을 꼽는다. 나는 두 사람의 자료와 글, 책, 영상 등 여러 자료를 통해 체어메이킹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체어메이킹의 테크닉과 원리를 넘어서 살아가는의 방식과 태도에서 감동을 준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내게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내가 지금 의자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기회를 잡고 싶어서 Mike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함께 체어메이킹 수업을 하고 싶다고 요청한 것이 이번 Craft Tour의 시작이었다. 반면에 미국의 체어메이커 Curtis Buchanan은 이미 은퇴했고 더 이상 수업을 하지 않지만 언젠가 꼭 한번 만나볼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나름 Mike Abbott의 책도 읽어봤고 여러 이야기를 찾아봤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 직접 만나고 함께 작업을 해보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Mike에 따르면 그는 원래 체어메이커가 되거나 목수가 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말한다. 어릴 때 단지 숲에서 사람들과 함께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았고, 그를 위한 방법으로 워크숍을 만들어서 나무를 쪼개고 깎아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그런 태도를 계속 지켜왔다. 이번에 Mike와 함께 한 체어메이킹 수업에서도 역시 그는 틈틈히 그런 생각을 나누고 소박한 태도를 가지고 우리와 함께 했다.
수업을 마치면서 Mike와 우리는 그의 작업과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Craft Talk를 40여분간 진행했고, 그와 함께 의자를 만들면서 이미 많은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보다 확실하게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Mike Abbott와 함께 했던 Craft Talk는 이미 YouTube에 공개되어 있으니 누구나 볼 수 있다.
투어를 다녀와서 추석 연휴동안 시차에 시달리며 내가 말하는 영어를 듣고 있자니 힘들었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이해하기를 바라면서 대화를 번역해서 자막까지 달아두었다. 그러면서 Mike의 이야기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으니 내게도 좋은 일이긴 했다.
Mike는 공식적으로는 2015년 Brookhouse Wood의 작업실에서 은퇴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 여러 자동차와 마차에 그의 물건들을 싣고 집까지 행렬이 이루면서 동료들과 지지자들이 함께 행진하는 일이 있었는데, 마치 유명한 스포츠 선수의 은퇴식을 동료들과 팬들이 함께 축하하는 행사를 하듯이 Mike의 은퇴도 그렇게 이루어졌다. Mike는 그걸 두고 Transhumance(가축의 이동 방목)갔다고 표현하는데 계절에 따라 지역을 이동하듯이 작업실을 옮겼을 뿐, 집으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그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정원에 작은 작업실을 다시 만들고 개인 작업을 넘어서 꾸준히 작은 규모의 체어메이킹 수업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봄이 되면 사람들이 Mike의 정원 작업실에 모여들고 가을이 되면 모든 코스를 마치고 겨울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여전히 계절에 따라 Transhunamce를 하고 있는 중이다.
2024년 5월에 난 이미 개인적으로 Mike를 만나서 인사를 나눴었다. 그러나 투어에 함께 한 분들과 같이 수업을 위해 찾아가는 첫 날 아침은 꽤 두근거리는 기분이었다. 아마 5일 내내 나는 그런 상태였던 것 같고 다른 분들이 그런 나를 보면서 마치 아이돌 팬미팅을 하는 것처럼 설레어보인다고 했는데 딱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Mike는 준비해둔 물푸레나무 생목을 미리 욕조에 담궈두고 수업을 준비해둔 상태였다. 우리는 의자를 만들어서 한국으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최종 조립은 한국에서 하고 영국에서는 의자의 앞, 뒤 패널만 조립한 상태에서 잘 포장해서 가져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Mike에게도 처음이라 그도 나름 여러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Mike의 수업에는 영국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각자 비행기나 배 등을 이용해서완성된 의자를 가져갔다고 한다. 항공수하물의 크기 제한 때문에 일반적으로 만드는 의자보다 낮고 작은, Mike가 Wee-Wor Chair라고 부르는 의자를 만들자고 제안을 해주기도 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요청에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준 Mike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Mike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무를 결대로 쪼개서 결을 온전히 확보하는 과정, 영국에서는 Cleaving이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Riving이라고 하는 작업이다. 좋은 결을 가진 나무를 고르지만 실제로 쪼깨야 어떤 결을 가졌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데, Mike는 나무가 원하는대로(what wood wants) 다루면서 의자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무를 쪼개서 결을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자랐고 결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확인하고 나무의 생을 관찰하며 결의 흐름에 맞춰 쪼개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며 그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수업을 하면서 결을 따라 나무를 쪼개지만, 어느 정도 결이 확보가 되면 보기 좋은 모양으로 다듬기도 하는데 Mike는 결이 어떻게 흘러가든 무조건 결을 따라서 나무를 다룬다. 그러다가 과하게 쪼개져서 설사 못 쓰게 되더라도 두려움 없이 결을 따라간다.
Mike가 제재한 판재(Sawn board)를 쓰지 않는 것은 나무가 원하는 것(wood wants)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대로 나무를 다듬기 위해 기계에 밀어넣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Mike가 윈저 체어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윈저 체어의 좌판에는 제재한 판재를 쓰기 때문이다. 편의성과 효율성을 위한 것이고 좌판까지 쪼개서 다듬은 나무를 쓰는 것도 가능하지만 오랜 시간 건조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윈저 체어는 공장에서 만들거나 체어메이커가 수작업으로 만들거나 모두 좌판은 제재한 판재를 써왔다. 바로 그 점 때문에 Mike는 윈저 체어를 만들지 않게 되었다고 하니 그만큼 나무의 결을 따라 쪼개서 나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한다는 것에 철저하다.
Mike와 함께 하면서 그의 표현에 귀가 쫑긋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나무가 원하는 것(What wood wants)’이라는 것이다. 나무는 생명체로서 자라면서 나름의 역사가 그 속에 결의 형태로 남아있고, 나무가 건조되면서 변형된다고 하지만 무작위가 아니라 결의 형태에 따라 변한다. 나무를 생긴대로 쓰고 어떤 나무든 그 모양에 맞게 쓰면 나름의 쓰임새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그린우드워킹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인데, 그는 단지 생긴대로 쓴다는 수동적인 느낌이 아니라 나무가 원하는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나무의 형태와 결의 흐름을 나무의 특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무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함께 체어메이킹 수업을 했던 사람들의 반응 역시 대동소이했다. 그 중에는 나와 함께 이미 윈저체어 수업을 했던 분들도 있었는데, 윈저체어와 Ladder Back 의자의 차이와 결구, 구조, 방식 등 많은 내용을 배우기도 했을텐데 무엇보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Mike의 인식과 태도였다. 많은 나이에도 열정이 넘치는 모습,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배려하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모습, 나이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소탈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모습 등 Mike의 밝은 에너지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또 하나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것은 그의 정원과 작업실이다. 9월 사과나무의 강한 향이 흐르는 정원에서 직접 기르는 나무들과 작물들에 둘러싸인 소박한 작업실은 그 자체로 Mike의 정신이 드러나는 무대같은 공간이다. 비바람을 그대로 맞기도 하지만 밝은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작업실이다. 영국의 많은 체어메이커들과 Bodger들이 그와 유사한 형태의 작업실을 숲(Woodland)에 만들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그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한다. 그만큼 Mike의 작업실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Mike와 함께 행복한 5일을 보냈다. 평생 잊지 못할 5일이었고 그 경험을 계기로 생각이 변하고 삶이 달라질 수도 있을만한 시간이었다. 우연히 우리가 사용한 물푸레나무가 변재의 일부가 결이 트위스트되어 있었고 때문에 나무를 쪼개고 깎는 과정이 좀 더 어렵기는 했지만 덕분에 결을 따라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Mike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점차 Mike에 동화되어가면서 수업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도 있었다. 깊은 감사를 전하면서 다시 돌아올 것은 약속하기도 했다. 완전히 조립하지 않고 가져왔기 때문에 아직 우리는 의자를 완성하지 못했고, 11월은 되어야 다시 모여서 완성하고 좌판을 엮을 예정이다. 그제서야 우리는 자기가 만든 의자에 앉아볼 수 있겠지만, 이미 우리 가슴 속에는 자신의 의자가 자리잡고 그 위에 앉아 Mike와 함께 했던 시간을 되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