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ft Tour 영국 - 1. Grand
Grand Craft Tour
Craft Tour는 거의 1년간 준비했던 역대급 프로젝트다. 미국과 영국의 유명한 체어메이커들 중에 7~80년대부터 활동한 사람들이 있고 대부분은 이미 은퇴를 했거나 돌아가신 분도 있다. 그 중에는 영국의 존경받는 체어메이커 Mike Abbott도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은퇴를 했으나 여전히 정원에 만든 작은 작업실에서 체어메이킹 코스를 하고 있다.
나 역시 그의 책과 이야기들을 보면서 꽤 감화를 받았고 꼭 만나고 배우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명이어서 과연 기회가 있을지 생각해보다가 안될 건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덜컥 마이크에게 이메일을 한 통 보냈다. 그리고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14일까지 긴 여정의 크래프트 투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혼자 가는게 부담스럽다면 같이 가면 된다. 차 1대를 빌려서 한 집에서 같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은 최대가 5명. 그렇게 정하고 나를 제외한 4명을 모으기 시작했다. 계획을 세우고 여행의 목적과 내용을 설명할 자료를 준비했다. 수백만원이 드는 여행이라서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단 몇 주만에 신청이 마감되었다. 예상 외의 결과라 나도 어벙벙했지만 무엇보다도 머리와 가슴 속에서만 빙글빙글 돌던 생각이 현실이 되어 튀어나오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교통이 불편해서 멀리 떠나는 여행은 쉽지 않았다. 서민들은 작은 지역에서 평생을 살며 일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영국의 상류층에서는 유럽 각 지역을 돌며 문화와 자연을 경험하고 사교의 기회로 삼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17세기 이후부터 유행했고 20대 초반의 많은 귀족가 청년들과 예술가, 음악가 등이 그렇게 투어를 다녔다. 섬나라인 영국에서 출발해 프랑스, 독일 등 대륙의 주요 지역을 돌고 돌아서 이탈리아에서 고대 로마의 자취를 보면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19세기에 마차를 타고 몇 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 여행은 말 그대로 Grand하다.
그런 여행을 통해 세상의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경험과 지식,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 바로 Grand Tour이며, 유럽 세계를 한바퀴 둘러본 청년은 여행 이후에는 전혀 다른 시야를 가진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뭐 그저 놀고 즐긴 사람도 있었겠지만.
19세기 이후 철도의 발달도 이동이 편해지면서 중산층의 여행도 가능해지면서 Grand Tour는 오히려 점차 사라지게 되지만 지역을 벗어나 큰 세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인식을 갖는 것, 더불어 문화와 예술, 사회에 대한 안목과 넓은 인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Grand Tour를 단지 상류층의 럭셔리한 여행이 아닌 문화적 교류가 되게했다. Turner의 아래 그림은 그랜드 투어의 종점인 이탈리아에서도 로마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이번에 영국으로 다녀온 Craft Tour는 이전에 한번도 실행된 적이 없는 종류의 투어다. 투어의 주제는 크게 2가지로서 서로 관련이 깊다.
1. 영국의 전통적인 Chair-making과 Green Woodworking
2.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
가끔 해외 여행을 가면서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유명한 공방이나 가구 디자이너를 방문하는 경우는 볼수 있었지만, 우리는 온전히 모든 여행을 많은 영국의 체어메이커들과 그린우드워킹 워크숍들을 방문하고 실제로 Mike Abbott와 함께 5일간 Ladder Back 의자를 만드는 수업을 했다.
더불어 영국에서 아트앤크래프트 의자의 유산을 잇고 있는 Lawrence Neal과 아들 Daniel을 방문해서 전문적인 체어메이커의 작업 과정을 경험했다. Westonbirt Woodworks라는 그린우드워킹 워크숍에서는 생목으로 러스틱한 윈저체어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고 자세한 설명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밖에 미술공예운동과 관련된 여러 장소를 방문하고 둘러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Berrington Hall이나 Hidcote Manor Garden 같이 영국 문화를 잘 보여주는 공간을 둘러보고 그들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매일 이어지는 프로그램의 사이사이 Hereford, Gloucester, Bristol, Windsor 그리고 런던까지 여러 지역을 며칠 또는 잠시 들러서 영국이라는 나라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성인 남자 5명이 함께 같은 목적과 취향으로 긴 여행을 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듣고 배우고 말하고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많은 시간 주고받을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선물처럼 주어지기도 했다. 이만하면 이번 투어를 Grand Craft Tour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16박 17일의 긴 여행은 피곤이 쌓인다. 그럼에도 다들 입을 모아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라며, 막바지에는 정말 갈 수 있을지 모르는 두번째 크래프트 투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투어를 준비하면서 수십번 계획을 고치고 일정을 준비하면서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었으며, 투어를 위해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그 모든 투자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과연 두 번째 크래프트 투어는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마음 속에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투어는 London - Windsor - Hereford - Gloucester - Oxford - London의 순서로 다녀왔으며, 이번 Craft Tour의 방문지는 아래와 같다.
- Mike Abbott, Greenwood Cottage
- Owen Thomas : Pole lathe turner
- Lawrence & Daniel Neal : Arts & Crafts Chairmaker
- Westonbirt Woodworks
- Highgrove Tradition Craft : Snowdon Furniture School
- Bristol Design Vintage Tool Shop
- London Green Wood
그 밖에 둘러본 곳들은 아래와 같다.
- Tate Britain
- Windsor
- Kelmscott Manor
- Berrington Hall
- Hidcote Manor Garden
- Gloucester Cathedral
- Oxford
- William Morris Gallery
이 외에도 각 도시마다 식당들과 거리들, 공원들과 교회들을 돌아다니면서 정말 2주간 엄청나게 경험하고 배우는 꽉 찬 시간이었다. Mike Abbott와 함께 수업을 할 때를 제외하면 거의 매일 2만보 정도, 때로는 3만보 넘게 돌아다닌 것 같다. 모두의 열정과 호기심은 감당하기 힘들어서 때로는 겨우 따라다닌 정도였다.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